꿈만 같던 지난 주말의 결혼식.
처음 경험해본 재밌는 순간과 기분좋은 이 느낌을 남기고 싶어 끄적끄적
다소 충동적이고 급작스러웠던 결혼식을 4개월 남짓 준비하며,
결혼식의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딱히 결혼에 대한 로망도 없었고, 공주놀이도 그다지 하고싶지 않았다.
그저 내가 결혼하는 행사이자 이벤트 같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잘 준비해보자는 생각에 결혼식을 참 일처럼 준비했다.
나름 열심히.
서울의 한 루프탑을 빌려 잔디밭 위 플라워부터 의자배치, 작은 디자인물까지 하나하나 준비했다.
그리고 신부가 아닌 이벤트 디렉터와 같은 마음으로 하객들을 맞이했다. 일 처럼..
20년을 바라보는 친구부터, 대학동기와 전직장 동료, 현직장 동료까지 다양한 지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을 일이 평생 몇 번이나 있을까?
결혼식, 그리고 장례식인가?
굳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일 필요가 있겠느냐만은나를 보러 누군가가 한날 한시에 이렇게 모여줄 일이,
혹 모이지 못하더라도 연락을 나누며 안부를 나눌 일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큰 생일파티 정도라는 생각으로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모두가 한날 한시에 나를 위해 모여준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고 고맙게 느껴져 지나간 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결혼발표를 하고나니 고마운 일들도 많아서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ㅋ
사소한 응원부터 따뜻한 축하, 살림살이 장만이나 결혼식에 필요한 크고 작은 것들을 도와주었던 지인들.
나의 결혼을 나보다 더 설레하는 친구들.
예쁜 스튜디오를 빌려 그 짧은 시간에 브라이덜샤워까지 해주던 귀여운 친구들.
축사와 축가까지 흔쾌히 해주었던 나의 소중한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지방부터 해외까지 멀리서 와주었던 사람들.
결혼식이 끝나고 무슨 편지를 이리 길게 썼는지 나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친구의 연락.
이번 행사 꽤 괜찮았네 하고 생각하기에는 결혼식은 참 중요한 이벤트였던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이 사람이랑 하겠구나했던 나의 짝꿍이었기에 우리의 결혼 사실보다는 주변인들로 인해 그날이 더욱 빛나고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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