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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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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처음 밟은 유럽땅 헬싱키! 사연 많은 헬싱키 공항 핀에어 라운지ㅋㅋㅋㅋ

2019년 6월의 글.

 

고등학생일 때 대학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유럽여행이었다. 요즘 유럽여행 안 다녀온 대학생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건축을 전공한 나에게 유럽여행은 뭔가 커리큘럼의 한 부분 처럼 필수 전공과 같이 느껴졌다. 꼭 다녀와야할 것만 같은.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 이공계장학금을 받아 여행경비로 쓸 수 있게 되었고 무작정 같이 갈 친구를 배낭여행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5년제 건축학 커리큘럼 중 가장 힘들다고 소문이 났던 3학년 여름 방학에.

 

소문대로 3학년 1학기는 정말 힘들었고, 일주일에 3~4일은 밤을 새고 그 절반 정도만 정상적으로 자며 여름방학만을 기다렸다. 이것만 끝나면, 이번 학기만 지나면, 그곳에 간다는 희망을 갖고선.

 

그때부터 나에게 여행은 보상이자, 탈출구였다. 여행=오늘을 버티는 힘

 

 

그 이후 한참 뒤, 취직을 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나는 더 자주 보상과 탈출구를 마련했다. (사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데도) 계절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떠났고, 그보다 더 자주 국내를 돌아다녔다. 여행에 가서 돌아오면 그 다음 여행지를 준비했고, 그러다보니 또 다음 다다음 티켓까지도 미리 구매했다.

 

시간은 조금 더 많아졌지만, 방학도 없는 노잼의 굴레에 들어서고선 그렇게 습관적으로 '떠나댔다'.

어딘가로 떠날 상상에 두근대기도 했지만, 오늘의 하루를 버티는 이유가 필요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습관적으로 어딘가로 향하며 그런 생각도 무뎌졌다.

여행 몇 번 못가보던 대학생 때의 배낭여행은 가보지 못한 새로운 도시와 문화를 겪어보는 맛이었지만,

요즘의 여행은 머릿 속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내일은 뭘 먹지? 어디에 가볼까? 하는 단순해진 고민들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한때는 여행을 떠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야지', '앞으로 뭘 해볼지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정리는 개뿔.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 갈 때는 백짓장 같이 머릿 속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를 비운다는 게 그런거였던 것 같다.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커녕,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어져버린 요즘. 자유로운 여행이 그립기도 하지만, 요즘은 여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보상과 탈출의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여행지가 아닌 자기가 머무는 공간에 공을 들이는 사람도 늘어났고,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어려움에 빠지게 한 미운 코로나지만 이 시간을 조금 더 의미있게 견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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